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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사진'에 해당되는 글 1건
2011. 8. 10. 01:09
부제 : 결혼 사진을 보고, 아이 성장사진을 보고 내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이유


사람들은 기억하기 위해 기록한다. 기록의 방법으로는 펜을 들고 서술하는 것도 있지만 사진으로 순간을 잡아두는 방법도 있다. 이런 기록의 흔적 중 내 고개를 꺄우뚱하게 하는 사진 종류가 몇개 있다. 싸이월드를 하다보면 이런 기록의 흔적들을 종종 보게 된다. 결혼을 앞둔 사람들은 '스튜디오'에서 찍은 웨딩사진을 업데이트하고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스튜디오'에서 드레스를 입고 찍은 만삭의 사진을 업데이트하고 또 얼마가지 않아 '스튜디오'에서 찍은 아이의 50일 사진, 100일 사진, 돌 사진을 업데이트한다. 

오늘은 싸이를 하다가 누군가의 만삭사진을 봤다. 난 그 누군가를 솔직히 모른다. 그 사진을 보고 질문을 던져 본다. "왜 찍는 것일까?"

"만삭 사진을 왜 찍는 것일까요?"라고 지인에게 물었다. "그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서이지 않을까요?" 그말에 일정 동감한다. 그래도 대답이 뭔가 명쾌하지 않다. "그 순간을 기억하고 싶다면 다양한 모습으로, 방법으로 기억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그런데 만삭 사진이라고 공개된 사진들을 보면 하나같이 가느다란 팔다리 마른 몸에 배만 볼록하게 나온 사진들뿐이에요."
 
만삭의 모습은 푸석할 수도 있고, 부을수도 있고, 통통하게 올록볼록 살이 오를 수도 있고, 디뚱일수도 있는 다양한 모습일텐데 내가 본 막삭의 사진들은 하나같이 마른 몸에 볼록한 배 뽀사시한 화장, 몸에 딱 붙는 드레스를 입고 찍은 사진들 뿐이었다. 그리고 사진 밑에 달린 댓글들은 대강 이랬다.

"어머, 애 넌 임신했는데도 어쩜 그리 슬림하니!" "D라인이 완전 이쁘게 산다!" "난 막삭사진이 이쁘게 안 나와서 속상해."

여성에게 주어지는 몸의 강박, 라인의 강박은 끝이 없다? 임신중에도 다이어트를 한다, 몸관리를 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S라인에서부터 D라인까지 여성의 몸은 끊임없이 이쁘게 잘 다듬어 져야 한다. 그렇지않은 몸은 쉬이 드러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부른 배를 드러내는 것이 부끄러웠던 과거와 달리 임신한 배를 당당히 드러낸다는 의미로 만삭사진 해석한다면 몸에 대한 긍정으로도 볼 수 있겠지만 과연 지금의 쳔편일률적인 만삭사진을 보고 '몸의 긍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만삭사진이 언제부터 이리 열풍이 되었는지 궁금해서 인터넷에 검색을 해봤다. 연예인들이 경쟁하듯 만삭사진을 공개하면서 보통의 사람들도 가족행사 중 하나로 만삭사진을 찍는다고 한다. 그리고 열에 아홉은 만삭사진을 무료로 찍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후 아이 성장사진을 공략한 사진스튜디오의 마케팅 전략! 그리고 몇몇 산부인과 병원들은 스튜디오와 연계해 직접 무료 만삭사진 쿠폰(?)을 발행한다고 한다. 그리고 인터넷에는 이런 글도 있었다. '만삭사진 예쁘게 찍는 노하우' 헤어스타일, 메이크업, 의상, 포즈 방법까지 상세하게 실려있다.

나는 만삭사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요즘 보이는 만삭사진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유는 "왜 만삭사진을 꼭 '스튜디오'에서만 찍어야 하는 걸까?" "왜 만삭사진은 꼭 슬림한 몸 볼록한 배, D라인이 잘 드러난 몸만 보여지는 걸까?"라는 질문에서 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연장선에서 결혼사진과 아이 성장사진을 보면서도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왜 꼭 결혼사진과 아이 성장사진은 꼭 스튜디오에서...누구 좋으라고...(아무리 생각해도 '스튜디오'만 좋은 일 시키는 것 같다.) 찍는 걸까...? 너무나도 그 모습이 똑같잖아. 개성도 없고...나만의 특별한 사진이라고 하기에는 '얼굴' 빼고 다른 것이 없잖아...

이는 '여자와 남자'가 하는 '결혼이라는 성'안에서 벌어지는, '자본'이 기획한 '당연히' 해야하는 '이벤트'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기록에 대한 다른 상상력 없을까? 

+ 글을 쓰면서 내내 전몽각님의 사진집 '윤미네 집'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는 것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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