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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6. 4. 23:24

 

[바람이의 '바람'식단-3]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기 위해 운영되는 희망식당 ‘하루’가 상도동 1호점에 이어 상수동 2호점을 5월에 오픈하였다. 나은의 제안으로 점심시간 사무실 동무들과 함께 상수동 희망식당 ‘하루’에 다녀왔다. 희망식당 2호점을 다녀온 사람들이 트윗에 올려놓은 사진을 보면서 익숙한 풍경에 ‘여기가 내가 아는 그곳이 맞는 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공간은 분명 내가 아는 그곳이 맞는데 이름이 다르다. 그땐 분명 ‘한식당 달고나’였는데 지금은 ‘모던한식당 춘삼월’이라고 한다. 꺄우뚱하면서 직접 와보니 내가 알던 그곳이 맞았고, 식당의 이름이 바뀌었다. 공간의 이름이 바뀌어 있으니 뭔가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공간은 끊임없이 재의미화 되는 것이라고 슴슴하니 스스로를 위로한다.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 아니었는데. -_-;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

 

 

정오가 조금 넘어 도착한 6월의 첫 번째 월요일 희망식당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30여분 정도 기다려야한다는 말에 기꺼이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식당 안에는 익숙한 얼굴의 인열씨가 앉아있다. 하이얀 들꽃을 닮은 인열씨를 만나니 괜히 기분이 좋다. 대기표를 받고 여름바람이 살랑이는 벤치에 앉아서 순서를 기다린다. 30여분 넘게 기다렸다가 식당 테이블에 앉는다. 오늘 희망식당 ‘하루’는 근처에 있는 ‘오요리’와 함께 상을 차리고 있었다. ‘오요리’는 이주여성과 청년으로 구성된 사회적 기업이 운영하는 식당이다. 매주 월요일 쉬는 ‘오요리’의 사람들이 희망식당 ‘하루’에 모여 활동을 하고 있었다. ‘오요리’가 함께 상을 차리는 날이기에 오늘의 메뉴는 이름도 낯선 나시고랭, 냉짬뽕, 마파두부덮밥이었다. 낯선 이름의 요리 나시고랭을 주문하고 햇살이 잘 드는 창가 자리에 앉아 먹을 것을 기다린다. 음식이 나오기까지 한참을 또 기다렸지만 그 기다림이 즐거웠다. 함께 간 동무는 마파두부덮밥을 주문했다. 마파두부덮밥의 두부는 두부장사하는 꽃맘언니가 후원한 두부라고 생각하니 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학교 다닐 때 함께 활동했던 씩씩한 꽃맘언니가 두부장사와 연을 맺었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이렇게 간접적으로 언니의 삶을 전해 듣는다. 보들보들 꼬소한 두부 맛에 언니의 꽃 마음이 느껴진다.

 

  

 

 

 

@희망식당 '하루' 입장을 기다리면서, 희망식당 안에서 찰칵 with 눈사람이랑 용가리랑 나은이랑♡

 

 

밥을 맛있게 먹고 식당을 나오면서 춘삼월의 주인장이 궁금해졌다. 춘삼월의 주인장은 어떤 사람이기에 식당운영을 하루 접고 기꺼이 ‘공간’을 내어주는 것일까? 춘삼월이라는 ‘공간’이 있기에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주방에서 요리를 할 수 있고, 그 뜻을 함께하는 이들이 모여 상을 차리고, 멀리 제주도․강원도 등지에서 제철 식재료를 후원하고, 오천원에 푸짐한 한 끼 식사를 한 사람들은 밥심에 하루를 다시 다짐하고…‘공간’을 함께 나눈다는 것이 수많은 상상력과 다양한 관계 맺음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공간이라고 검색을 해보니 아무것도 없는 빈 곳, 空間이라고 나온다. ‘공간’을 통해 사람은 성장하고, ‘공간’을 통해 사람들은 창조성을 깨우고, ‘공간’을 통해 사람들이 모이고, 그렇게 ‘공간’엔 의미가 담긴다. 무언가를 채워나가야 하기 때문에 그래서 공간은, 空間인가 보다. 이처럼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의미를 절로 만들어 가는 ‘공간’을 누군가와 함께 공유한다는 것은 참말 훌륭한 일인 것이다. 희망식당 ‘하루’가 열리는 ‘춘삼월’처럼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공간’을 공유하는 이들에게 마구 박수를 쳐주고 싶다. ‘공간’을 공유하는 이를 떠오르니 생각나는 한 사람이 또 있다. 가평의 펭. 자신의 ‘공간’을 게스트하우스 ‘꾸다’로 운영하는 펭은 홀로 여행하는 여성들이 마음 편히 머물고 갈 수 있는, 일상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잠시 ‘쉼’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게스트하우스를 꾸려가고 있다. 펭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 ‘꾸다’ 또한 의미를 생산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의미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함께 채워가고 있었다. 게스트 하우스에서의 쾌적하게 잠 자라고 면시트를 기증하는 이들이 있고, 함께 읽고 나누자고 책과 만화책을 보내는 이들도 있고, 쓰지 않는 자전거를 기꺼이 선물하는 이들도 있다. 의미를 만들고, 사람이 머무는 게스트하우스 ‘꾸다’에서 머물었던 5월의 하루가 내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침대 머리맡 스탠드를 켜고 일기를 썼던 그 순간, 좋은 사람이 된 것 같아 마냥 행복했었다.

 

 

 

 

 

@게스트 하우스 '꾸다'에서 머물면서_'꾸다'의 거실 풍경과 스탠드가 있는 2층 침대. 2층 침대의 스탠드는 센스 작렬!

 

 

우리 사무실 동무 중 한 동무는 자신이 집을 비우면 다른 동무에게 기꺼이 집을 내어준다. 그 모습이 처음엔 낯설고 신기했는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훌륭하다. 연애를 하던 시절 ‘공간’이 필요했다. 돈을 주고 몇 시간 머물다 가는 담배냄새가 배인 ‘공간’ 보다는 그곳에 사는 이의 취향이 깃든, 집 냄새가 나는 안정적인 ‘공간’이 절실히 필요했었다. 공간을 찾아 헤매던 그때의 나를 생각해보면 ‘공간’이 불안한 이들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공간을 내어 주는 나의 동무가 참말 멋진 것이다. 여하튼 나는 ‘공간’을 공유하는 이들에게 무한한 경배를 보낸다.

 

 

그리고 나의 ‘공간’을 갖고 싶다. 나의 취향과 냄새가 깃든 자기만의 방을 갖고 싶다. ‘공간’에 대한 작은 상상 하나를 한다. 내게 작은 ‘공간’이 허락된다면 식당을 운영하고 싶다. 식당 제목은 ‘내 멋대로 식당’, 제철 식재료의 맛을 그대로 살린 초간단 한 그릇을 내어 놓는 ‘공간’. ‘내 멋대로 식당’의 주식재료는 양배추, 버섯, 두부, 파프리카, 오이, 굴소스 등. 기본 식재료를 통해 작은 변주를 만들어 내는 ‘내 멋대로 식당’은 주인장이 먹고 싶은 것이 주 메뉴가 될 것이고, 하루 최대 일곱 그릇까지만 내 놓을 것이다. 나중에 독립하면 ‘내 멋대로 식당’에 당신을 초대하고 싶다. ‘내 멋대로 식당’은 일주일에 한 번 손님이 있을 때 오픈하고 ‘내 멋대로 식당’의 밥값은 샴푸, 비누, 휴지와 같은 생필품과 맥주정도가 될 듯하다.

 

 

 

 

+ '내 멋대로 식당'에서 주로 내 놓을 법한 음식들 버섯굴소스 덮밥과 두부를 곁들인 양배추 샐러드

 

바람(민우회 활동가)

아마 이번 일상다반사가 마지막 연재인 걸로 알고 있다. 재미있었던 글쓰기였다. 촘 아쉽구마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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