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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 29. 00:24
2009년을 마무리하며 수첩에 끄적끄적 무언가를 써내려갔었더랬다. 소위 올해의 목표-그중 첫번째 목표가 30권의 책읽기! 목록들을 쭈욱 적어나갔다. 정리를 해보니 '페미니즘' 서적이 주를 이루고 있던-그 안에는 읽으려고 펼쳤다가 중간에 덮어버린 책도 수두룩하더라. 여튼 30권의 책읽기 중에서 1월에 나는 3권의 책을 읽었더랬다. 3권 다 기존 목록에 없었던, 읽어야하는 책들을 차마 당장 마주하기 힘들어 회피하다가 만난 책들이다.




첫번째 책. '치유하는 글쓰기' 박미라
이 책을 접하게 된 계기는 성공회대학교 n[앤] 친구들의 블로그에 갔다가 이 책을 가지고 글쓰기 모임을 한다는 웹자보를 본 것이 처음이였다. 그리고 날래를 통해 '글쓰기' 모임의 충만한 만족감을 아주 짧게 전해들었다. 한 번 읽어봐야지, 읽어봐야지! 마음먹다가 민우회 회원 달빛의 말이 이 책을 내손에 넣게 한 직접적 역할을 하였다.

"요즘 치유하는 글쓰기라는 책을 보고 있는데 직접 글을 쓰지 않아도 읽고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어요."

이책을 다 읽고 나서 나는 망각하고 있던 '2004년 나의 첫번째 겨울'에 대해 이야기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 겨울을 생각하면 아직 두렵고 마음이 답답하다. '이제는 그 아이를 만나도 예전처럼 대하지 못할 것이다라는 것, 예전같지 않다는 것에 대해 미련없음. 하지만, 나홀로 고하는 이별의 무의미함과 과연 나는 그 겨울을 이야기하며 그 아이와 직면할 수 있을 것인가와 내가 직면하는 순간, 2004년 겨울에 경험하였던 것과 똑같이 나는 다시한번 오늘의 시간 속에서 관계를 상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것이 두렵다. ' 머릿속에 뒤엉킨 생각들을 글로 써내려가면 다를까? 아직 그 겨울을 써내려간다는 것이 용기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덕분에 망각하고 있던 기억들이 스멀스멀 되살아나 내주변을 맴돈다. 2010년 첫번째 겨울, 나는 반드시 2004년 첫번째 겨울을 말할것이다. 그 겨울을 글로 말하기전에 이제 입으로 말하는 것은 그만하자. 입으로 누군가에게 말한다는 것 순간, 감당할 수 없는 독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 2010년엔 꼬옥-민우회에서 이 책을 가지고 '글쓰기'모임을 꾸려볼것이다! :)





두번째 책.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목수정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여기저기 자랑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었다. "내가 말이야 목수정이라는 사람의 책을 읽었는데..." 그녀는 나의 심장을 뜨겁게 하였고, 무한한 영롱함으로 그녀를 동경하고, '자유'를 놓지않을거야. 자유로와질거야! 내안에서 외치고 또 외칠수있도록 만들었다.
처음 이 책을 만난 순간도 기억을 한다. 2008년 겨울, 회원송년회 준비를 하기전 모모람위원장인 바다와 타기를 평동 근처의 한 호프집에서 만났다. 왜 그날은 자주가던 비어브로이를 가지 않았을까? 이름도 잘 모르는, 한번도 가보지 않은 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셨더랬지. 타기의 손에 쥐어있던 목수정의 책. 그때가 첫만남이었다. 책을 휘리릭-한번 훑어보고 생각했더랬지. "쳇, 돈많은 어느 여자가 프랑스 체험기를 그렇고 그런 흔하디 흔한 이야기를 본인은 특별하다고 생각하며 책을 썼구나." 생각을 했다. 그 오해는 꽤 오래갔고, 지금은 그 오해가 풀려 참으로 다행이다. 내가 오해를 풀 수 있었던 것도 n[앤] 덕분이다. 세번째 n[앤]에 그녀의 책 이야기가 담겼기에. 이 책을 읽으며 민중이라는 단어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하게 되었고, 운동을 내것으로 만든다는 것, 즐거움에 근거한 노동을 한다는 것, "나 혼자서도 하나의 거대한 우주를 구성할 수 있다. 여러 우물을 파면서, 세상의 모든 재미를 두루 즐기면서."(p163)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하나의 시스템에 놀라울 정도로 무작정 적응하며 어느 순간 내가 존재하지 않고 내가 조직이 되어버리는 나라는 인간에게 왕성하게 활성하는 '적응력'에 성장을 멈추라고 말하며, 내게 집중하고 또 집중하자고 말하였다. 그리고 막연히 33살엔 낯선곳에 '터'를 잡고 살아보겠다고 상상도 한다. 그녀의 책은 또 꺼내어 읽고 또 읽을 것이다. 





세번째 책.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처음부터 불편했다. 계속 읽어야하는 걸까 읽으면서도 고민을 했다. 왜 처음부터 남자의 대사는 파란색으로 처리하고 여자의 대사는 분홍색인 것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20살 동갑내기 여남은 남자는 반말을, 여자는 남자에게 존대말을 쓰는 것인가! 그래 뭔가 사연이 있겠지, 있겠지 참으며 읽어내려갔는데 특별한 사연이 있기보다는(어찌보면 사연이 있을수있다고 말할수도있겠지만, 난 사연으로 느껴지지않았다.) 단지 작가의 머릿속에 고스란히 각인된 여남의 권력구조가 소설대사에서 그렇게 드러난것이더라. 제일 처음 등장한 그와 그녀의 대사처리 외에도 먼홋날 요한과 그녀의 관계에서도 요한은 그녀에게 말을 놓고, 그녀는 요한에게 존대를 하더라.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외에 박민규의 소설을 읽은 것이 없다. 옛날옛적 학교 친구가 '삼미슈퍼스타즈 마지막 팬클럽' 한 번 읽어보라고 권했던 것 말고는, 나는 박민규의 소설도 박민규도 잘 모른다. 책을 읽으며 생각을 했었더랬지. 모두가 경악할만큼 못생긴 한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한 한 남자의 이야기, 과연 이런 남자가 존재할것인가? '현실과 동떨어진 진정한 소설, 허구이구나.'라는 생각과 필자의 표현에 따르면 '네오아담'이라고 표현되는 비현실적 주인공이 불편했고, 만약에 도덕교과서를 소설로 쓴다면 이러한 모양일까라는 생각을 했다. 자본이 모든 것을 장악한 시대 부끄러워하지않고, 부러워하지않기라는 맥락은 동의하며-마지막으로 허구이지만 현실성을 부여하며 읽어내렸던 소설이 결국소설 속 소설이었던, 소위 액자식 이야기가 괜시리 뻔할법도 한데 새롭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