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에 해당되는 글 12건
2012/03/30 01:06
[오늘의이야기]
지난 목요일 구럼비 살리기 촛불집회를 마치고 그에게 "우리 다음주에도 촛불집회 가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을 하고 잊고 있었다. 평소에 걷지 않던 길을 걸었고, 그 길위에서 익숙한 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온의 목소리. 그녀가 도심 한 복판에서 노래를 부른다. 직접 만든 노래, 피아노에 소리에 맞춰 구럼비라고 읊으며 노래를 한다. 우연히 제주해군기지 전면백지화를 위한 촛불 집회에 참석하였다. 제발, 구럼비를 죽이지마라. 제발.
촛불을 켜는 그리스도인들, 예배 중 목사님의 말씀 "참다운 평화는 제국주의 군사력 장악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민중 속에서 오는 것입니다."
+ 나온과는 뜻밖의 공간에 자주 우연히 잘 만난다. 신기하다. :)
2012/03/26 21:51
[오늘의이야기]
한참을 잊고 살았다. 10년.
2012/03/26 21:44
[영화&책이야기]
*
소년이 살았어요.
네.
소년의 이름은 무재.
무재씨.
네.
그건 무재 씨의 이야기인가요?
무재의 이야기라니까요. 계속할까요?
네.
소년 무재가 살았습니다. 무재의 식구들은 그림 한 점 없는 커다란 방에서 살았습니다. 식구는 아홉이었습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있었고 누나가 여섯이었습니다.
여섯이나 되나요?
무재가 일곱 번째로 막내입니다.
많군요.
많은가요.
왜 그렇게 많을까요.
그건 말이죠. 하고 무재 씨가 고개를 한쪽으로 약간 기울이고 말했다.
그게 좋았던 것 아닐까요?
그거요?
섹스.
나는 얼굴을 조금 붉힌 채로 무재 씨를 따라서 걸었다. 은교씨, 하고 무재 씨가 말했다.
이런 이야기는 너무 야한가요.
하나도 야하지 않은데요.
야하지 않을까요.
야해도 좋아요.
야한게 좋나요.
야해도 좋다고요.
라고 긴장해서 말하자 무재 씨가 후후. 하고 웃었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무재의 부모는 일곱 명의 자식을 낳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되나요.
소년 무재의 부모는 개연적으로, 빚을 집니다.
개연이요?
필연이라고 해도 좋고요.
빚을 지는 것이 어째서 필연이 되나요?
빚을 지지 않고 살 수 있나요.
그런 것 없이 사는 사람도 있잖아요.
글쎄요. 하고 무재 씨가 나무뿌리를 잡고 비탈을 내려가느라 잠시 말을 쉬었다가 다시 말했다.
그런 것 없이 사는 사람이라고 자칭하고 다니는 사람을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조금 난폭하게 말하자면, 누구의 배(腹)도 빌리지 않고 어느 날 숲에서 솟아나 공산품이라고는 일절 사용하지 않고 알몸으로 사는 경우가 아니고서야, 자신은 아무래도 빚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뻔뻔한 거라고 나는 생각해요.
공산품이 나쁜가요?
그런 이야기가 아니고요, 공산품이란 각종의 물질과 화학약품을 사용해서 대량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라 여러가지 사정이 생길 수 있잖아요? 강이 더러워진다든지, 대금이 너무 저렴하게 지불되는 노동력이라든지. 하다못해 양말 한켤레를 싸게 사도, 그 값싼 물건에 대한 빚이 어딘가에서 발생한다는 이야기예요.
그렇군요.
어쨌든 소년 무재의 부모가 빚을 집니다.
네.
이 경우엔 다른 사람의 종이에 이름을 적어 준 대가로 얻은 빚입니다. 빚의 규모가 너무 커서 빚보다는 빚의 이자를 갚느라고 힘든 노동을 하는 와중에 아홉 식구의 생활비도 버는 생활을 하다가 소년 무재의 아버지의 그림자가 끝끝내 일어서고 말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소년이 살았어요.
네.
소년의 이름은 무재.
무재씨.
네.
그건 무재 씨의 이야기인가요?
무재의 이야기라니까요. 계속할까요?
네.
소년 무재가 살았습니다. 무재의 식구들은 그림 한 점 없는 커다란 방에서 살았습니다. 식구는 아홉이었습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있었고 누나가 여섯이었습니다.
여섯이나 되나요?
무재가 일곱 번째로 막내입니다.
많군요.
많은가요.
왜 그렇게 많을까요.
그건 말이죠. 하고 무재 씨가 고개를 한쪽으로 약간 기울이고 말했다.
그게 좋았던 것 아닐까요?
그거요?
섹스.
나는 얼굴을 조금 붉힌 채로 무재 씨를 따라서 걸었다. 은교씨, 하고 무재 씨가 말했다.
이런 이야기는 너무 야한가요.
하나도 야하지 않은데요.
야하지 않을까요.
야해도 좋아요.
야한게 좋나요.
야해도 좋다고요.
라고 긴장해서 말하자 무재 씨가 후후. 하고 웃었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무재의 부모는 일곱 명의 자식을 낳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되나요.
소년 무재의 부모는 개연적으로, 빚을 집니다.
개연이요?
필연이라고 해도 좋고요.
빚을 지는 것이 어째서 필연이 되나요?
빚을 지지 않고 살 수 있나요.
그런 것 없이 사는 사람도 있잖아요.
글쎄요. 하고 무재 씨가 나무뿌리를 잡고 비탈을 내려가느라 잠시 말을 쉬었다가 다시 말했다.
그런 것 없이 사는 사람이라고 자칭하고 다니는 사람을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조금 난폭하게 말하자면, 누구의 배(腹)도 빌리지 않고 어느 날 숲에서 솟아나 공산품이라고는 일절 사용하지 않고 알몸으로 사는 경우가 아니고서야, 자신은 아무래도 빚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뻔뻔한 거라고 나는 생각해요.
공산품이 나쁜가요?
그런 이야기가 아니고요, 공산품이란 각종의 물질과 화학약품을 사용해서 대량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라 여러가지 사정이 생길 수 있잖아요? 강이 더러워진다든지, 대금이 너무 저렴하게 지불되는 노동력이라든지. 하다못해 양말 한켤레를 싸게 사도, 그 값싼 물건에 대한 빚이 어딘가에서 발생한다는 이야기예요.
그렇군요.
어쨌든 소년 무재의 부모가 빚을 집니다.
네.
이 경우엔 다른 사람의 종이에 이름을 적어 준 대가로 얻은 빚입니다. 빚의 규모가 너무 커서 빚보다는 빚의 이자를 갚느라고 힘든 노동을 하는 와중에 아홉 식구의 생활비도 버는 생활을 하다가 소년 무재의 아버지의 그림자가 끝끝내 일어서고 말았다는 이야기입니다.
- 황정은 장편소설 百의 그림자 중
+ 황정은씨의 소설 <百의 그림자>를 읽다보면 긴 산문시를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귀한 소설. 소설을 읽던 중 이 구절이 마음에서 떠나지 않는다. '빚' 빚지며 사는 인생, 그래서 야해할 도리를 하며 살아야한다는 생각이 내 곁을 맴돈다.
2012/03/24 18:50
[맛있는이야기]
<어제 뭐 먹었어?> 5권 시로씨의 레시피 : 바나나파운드케이크
버터100g
설탕 70g
중간크기 달걀 2개
작은 바나나 3개
150g 짜리 핫케이크믹스 1봉지
- 버터는 손가락이 쑥 들어갈 정도로 말랑하게 만들거니까 내열용기에 넣어 전자렌지 온도를 30도씨로 맞춰 돌린다.
- 버터가 질척하게 녹지않도록 주의하는게 2번째 포인트
- 부드러워진 버터에 설탕을 합쳐서 하얗게 될때까지 거품기로 잘 젓는다.
- 버터와 설탕이 완전히 섞여서 하얗게 변하면 달걀 2개를 풀어서 조금씩 넣어가며 계속 잘 젓는다.
- 이쯤에서 오븐을 180도씨로 예열.
- 수분이 나오지 않도록 포크로 바나나를 으깼으면 좀 전에 휘핑한 달걀, 버터, 설탕이 든 볼에 바나나를 넣고 이번엔 고무주걱으로 자르듯이 섞는다.
- 그리고 마지막으로 핫케이크믹스 150g을 봉지 째 우르르 쏟아 붓고 이것도 고무주걱으로 문대지지 말고 자르듯이 섞어서 틀에 반죽을 넣고 고무주걱으로 표면을 고르게 한다.
- 180도씨에서 40분, 20~30분이 지나 표면이 탈 것 같으면 그 후에는 170도씨로 낮춰서 굽는다.
- 40분즘 지났으면 대나무꼬지 등으로 찔러보아 잘 구워졌는지 확인한다.
시로씨의 레시피에 따라 나도 바나나파운드케이크를 만들어 보았다. 개량컵이 없어 대략 눈대중으로 재료를 측량하고, 거품기가 없어서 손으로 직접 젓느라 팔이 빠지는 줄 알았다. -_-; 그래도 핫케이크 가루로 빵을 만드니 간편했다. 바나나의 달콤함과 촉촉함이 일품이었다. 몇몇 요리만화를 보았지만 스토리와 요리의 표현을 훌륭하게 만들어 내는 이는 역시 후미 요시나가가 최고인듯하다! 그의 표현을 따와 "후미요시 나가 짱!" 그런데 따라하기 쉬운 요리는 그닥 많지 않다.
2012/03/24 18:15
[그림이야기]
오랜만에 느끼는 여유이다. 침대에 누워 내 방을 그려보았다. 책상과 책장, 침대 옷장이 있는 내방. 이 방에 들어와 앉아있으면 평온이 느껴진다. 하지만 이 방의 평화는 불안을 품고 있다. 나만의 온전한 독립공간을 진정으로 갖고 싶다.
싸우지말고 사이좋게 지내야지. 관계를 만들어 감에 있어 내 감정에 솔직해지기를.
무언가를 생산하기보다는 소비하고,
무언가를 창조하기보다는 소모하는 삶을 살아가는 요즘
모든 것이 무료하고 재미없다. 내가 신지않는 빨간구두가 참으로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날이었다.
해야할일들이 쌓여있지만 사무실에 머물고 싶지않았다. 무작정 나왔다. 맥도날드에서 2,200원짜리 커피를 사서 마셨다. 그림을 그리다보면 선 하나를 긋고 형태를 만들어 가면서 인내심을 배우게 되고, 공을 들인다라는 것이 무엇인지 느끼게 된다.
2012/03/22 17:15
[오늘의이야기]
구럼비 살리기 촛불집회가 서울에서도 매일 밤 진행되고 있어요.
오늘 저녁 7시 청계광장에서는 구럼비 살리기 여성단체 촛불 집회가 있어요.
민우회 활동가들이 촛불집회 나가기 전에 만든 피켓들이어요.
이 마음마음 모아서 구럼비 발파 지금 당장 중단되길 빌어봅니다.
2012/03/19 23:00
[오늘의이야기]
2012/03/19 22:48
[오늘의이야기]
선배가 결혼을 한다. 당시 98학번에서 00학번들은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보내며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내가 기댈이는 당신들뿐이라며 열심히 미워하고 열심히 사랑했다. 그렇게 함께한 시간도 10년이 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는 디디고 있는 공간도 제각각이고 살아가는 방식도 다르다. 원가족보다 더 자주 보고 더 오랜시간을 함께 보냈던 우리들이 이제는 누군가의 삶에 있어 '큰일'이 있을 때 얼굴을 보게 된다. 어제가 그러한 날들 중 하나였다.
결혼을 앞둔 선배의 웨딩촬영장에 갔었다. 가람언니와 세일러가 결혼할 때와 달리 향미언니의 결혼소식은 뭔가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당시엔 별감정없이 "아, 나의 친구들이 결혼을 하는구나. 신기하다."라는 생각뿐이었다. 2012년 향미 언니의 웨딩촬영을 보며 난 어떻게 늙어야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내게 던지고 있었다. 그 질문이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나는 누구와 어떤 관계를 맺으며, 누구와 함께 나이 들어갈 것인가?
지인의 친구가 얼마 전에 수술을 했다. 비혼으로 살아가는 지인은 룸메이트와 함께 살고 수술을 한 이 또한 비혼으로 살아가고 있다. 수술날 지인과 룸메이트는 일을 마치고 바로 병원으로 찾아갔고, 수술한 이의 몇몇의 비혼친구들이 매일 병원을 방문하고 곁에서 수술한 이를 보살폈다. 퇴원 날, 수술한 이의 또다른 비혼 친구들이 퇴원 수속을 밟고 수술한 이를 지인의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그리고 수술한 이는 지인의 집에서 며칠 요양을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비혼공동체라는 것, 바로 이런 것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고 그들의 든든한 관계망이 부러웠다. 나는 누구와 어떤 관계망을 만들며 나이들어갈까. '결혼'이라는 카테고리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을까. 나는 그녀들과 같이 아름답고 든든한 네트워크를 만들며 살아갈 수 있을까. 웨딩촬영을 하는 선배의 모습을 보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98학번에서 00학번까지 우리 안에는 결혼한 이도 있고, 결혼을 준비하는 이도 있고, 돌싱도 있고, 비혼을 생각하는 이도 있고, 비혼을 선언하는 이도 있다. 나는 우리가 놓여있는 위치가 제각각 달라도 그때와 같이 우리가 최선을 다해서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란다. 다음엔 장썽도 가람언니도 함께 사진 한 방 이쁘게 박을 수 있으면 좋겠다.
2012/03/18 15:35
[그림이야기]
구럼비를 살려줍서.
구럼비는 구럼비입니다.
강정마을에 평화를 빕니다.
남방큰돌고래 제돌이가 마음껏 강정바다를 누빌 수 있기를 바랍니다.
구럼비 바위를 그리며, 강정바다를 칠하며 우리가 기억하는 그 모습 그대로이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랍니다.
2012.03.18
Don't Klii Kangjung Kurumbi!
2012/03/16 01:03
[영화&책이야기]
누군가의 삶을 알아간다는 것은 내가 감당해야한다는 것이 늘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의 삶을 알고 그 삶에 개입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어쩌면 두려운 일 수 있다는 것을 확연하게 느끼는 요즘이다. 영화 <화차>를 봤다. 영화를 보고 극장에서 나오는데 온 몸의 기운이 쏘옥 빠졌다. 그리고 누군가를 붙잡고 펑펑 울고 싶었다. 영화 속 주인공에게 상당히 감정이입을 했다. 터미널에서 엄마를 기다리던 15살의 차경선에서부터...그녀를 둘러싼 세상이, 그녀는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 공포를 잊기 위해 스스로를 더욱 공포스러운 존재로 만들어 갔던 경선이 슬펐다. 그리고 그녀를 둘러싼 세상이 나와는 상관없는 세상이 아닌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라는 것이 무서웠다. 영화의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고 극장을 나오는데 날이 풀렸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겨울 외투를 입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온 몸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 김민희라는 배우가 아니었더라면 그 누구도 경선을 세상에 만들어 놓지 못했을 것이다. 경선이 되어 말하고 행하는 동안 그녀는 얼마나 애썼을까.
+ 반면 이선균은 영화의 흐름을 계속해서 툭툭 끊어놓고 있었다.



